어려서 일을 이야기하고 싶네요.


대략 열다섯? 전후로 해서 저의 꿈은 산 속에 살면서 하얀 옷 입고 논밭 갈면서 살되.. 세상은 보지 않으면서 세상 일은 꿰뚫어보면서 사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다른 말로는 통달이라고 하지요. 통달하지 않는다면 세상을 보지 않고서 세상 일을 알 수는 없는거지요. 지금 산 속에 살지는 않지만 세상일을 통달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사람 마음이 욕망에 이끌려서 움직이는 걸 안다는 면에서 보면 통달한 거 같기구 하고.. ㅎㅎㅎ


어려서 알트만시스템이라는 결혼정보회사가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거기에서 설문지를 나누어주면서 답칸을 메우면 성격분석표를 보내주겠다고 하더군요. 설문은 자기가 좋아하는 색상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었는데 당시나 지금이나 가장 좋아하는 색은 흰색.. 다음은 검은색.. 그리고 회색.. 등 무채색입니다.


며칠 후에 우편으로 성격분석표가 왔는데 저는 이 세상에서 이룰 수 없는 걸 꿈 꾸면서 살아갈 사람이라고 나오더군요. 그리고 당시에 그것이 꼭 맞는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ㅎㅎㅎㅎ 우화등선.. 깨달음.. 혹은 아나키스트적 세상.. 머 이런거니까 제가 살아서 이루어질 일은 하나도 없는 셈입니다.


깨달음은 죽어야 이루어 질 일이고, 아나키스트적 세상은 아마도 수백년? 인간의 마음이 어떤 이유로든 이기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세상입니다.


세상에 속해서 살았지만 세상에 물든 적은 없었습니다. 늘 이방인이었고.. 늘 타인이었습니다. 어차피 저는 세상에서 원하는 것이 없었던만큼 세상 일에 불만도 없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만족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세상에 만족하면서 살기 시작한 건 그 일이 제게 일어난 일 이후부터였을 겁니다.


서른살이 되기 전이었는데 당시에 목수일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수행을 한시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씻고 밥해 먹고.. 다시 수행하다가 잠들고.. 일어나서 일 가고.. 쉬는 날엔 하루종일 명상책 읽고, 다시 수행하고.. 머 날마다 수행에 매달려서 살았습니다.



무언가 알듯말듯.. 간질간질함이 계속되던 어느 날...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 때까지 있던 의혹은 완전히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삼천대천세계가 콧구멍에서 들락거린다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나게 다가오더군요. 어떤 의심도 의문도 떠 오르지 않더군요.


저는 정말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방안에서 두문불출하고 일주일을 보냈어요. 한마디로 방안에서 붕 떠서 보낸 일주일이었습니다.


일주일 쯤 지났을 적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나는 정말로 깨달은 것일까?" 이 생각이 떠 오르는 순간 저는 제가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을 불교에서는 혜해탈이라고 부르더군요. 즉 정말로 깨달은 것은 구혜탈.. 이치만 알게 된 것을 혜해탈.. 이렇게 나누어서 부른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것이 진짜 깨달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거의 반미친 사람이 되어서 깨달음에 매달렸습니다. 지금이야.. 매달려서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마음이란 것은 스스로 해 볼 만큼 해 보아서 직접 그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 갈등이 끝나지 않는 법입니다.


이 일이 저를 지리산으로 가게 했고, 다시 내려오게 했으며 수행에 관련된 온갖 일들을 겪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정말로 수행을 오래 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수행에 관련된 책을 쓴 사람들이야 많지만 그들은 수행을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이런저런 지식을 짜깁기 한 사람들이라는 걸 책을 보면 알 수 있었고 그런 사람들 말고, 정말로 수행을 직접하면서 사는.. 그것도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은 만날 수가 없었고.. 제가 직접 그렇게 되어야만 했습니다. 앞으로 쓰게 될 이 이야기는 과거라는 단 한점의 이야기에 침을 바르고 무두질을 해서 고무줄처럼 길게 늘인 엿가락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미 지나가버려서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단지 내가 끄집어 낼 때만 존재하는 기억속의 이야기입니다.


to be conti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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