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귀신을 만나기 위해서 나는 산을 올라갔다.


귀신하면 매력있지 않은가? 


↗ 영화 '천년유혼' 에서 귀신 역으로 나왔던 왕조현. 옆은 장국영.


살아서 다하지 못한 어떤 인연으로 구천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 도는 귀신 이야기.. 요즘 아이들이야 그럴거라고 보지 않는데 나 어려서는 여름밤이면 동네 아이들 모여서 귀신 이야기를 든곤 했었다.


그 중.. 들었던 총각 귀신 이야기 하나만 해 보고 싶다. 흔히들 처녀귀신 이야기는 많이 들었을 것 같지만 총각 귀신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지 않았을 거 같아서... 예로부터 총각이 죽으면 귀신이 되어서 사람을 엄청 괴롭힌다고 하는데 총각 귀신은 처녀 귀신과 달라서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그리하여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 묻었다고 하는 말이 있다.


이 때 반드시 무덤에 콩 한 됫박과 조 한됫박을 같이 넣어주는데... 총각 귀신은 콩알의 갯수와 조알의 갯수를 세느라 사람들에게 해꼬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웬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콩과 조의 숫자를 다 세기 전까지는 사람에게 해꼬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콩 한됫박과 조 한됫박의 숫자를 모두 세고 나면 그 때부터 사람에 대한 해꼬지가 시작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 묻었다고 한다.


그러면 콩과 조의 갯수를 세다가... 길거리이다 보니 사람이 지나가면 그 사람을 보느라 그 때까지 세던 콩과 조의 갯수를 깜박 잊어버리고 다시 세게 된다고 한다. 그리하여 영겁도록 콩과 조의 갯수만을 세다가 사람에 대한 해꼬지를 하지 못하게 된다고... 믿거나 말거나...


어려서 한창.. 나름대로 수행에 매진할 때... 어느 늦은 가을밤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산에서 보았던 무덤이 생각이 났다. 생긴지 오래 되지 않은... 그런 무덤을 용마봉 바로 아래에서 보았던 생각이 났다. 


그리고 뒤 이어서... 이런 날이라면 귀신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구나 만들어진지 오래지 않은 무덤이니... 수행을 하면서 궁금하고 해 볼 수 있는 거라면 다 해 보고야 마는 성격 때문에 열 두시가 다 되어가는 그 한밤에 판초우의를 뒤집어 쓰고 랜턴을 들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차산 옆 용마봉이라면 중곡동에 있는 산으로 해발 348m로 야트막한 산이다. 판초우의를 뒤집어 쓰고 꿉꿉함을 견디며 아차산을 향해서 용마봉 바로 아래 그 무덤 앞까지 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서 귀신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눈을 떴을 때 멀리서 먼동이 터 오고 있었다. 무덤 앞에 앉아 있다가 깜박 잠이 든 모양이었다. 기록들에 의하면 이미 귀신이 나올 시간은 지났으므로 약간의 허탈감과 함께... 귀신은 만나 보지도 못한 채.. 산을 내려 왔다. 집에 들어서는데.. 여자친구가 내게 물었다. 


"이 새벽에 어디 갔다가 오는 거야?"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친구가 하는 말... "정말 미쳤어" 하고 소리를 질렀다.


To be Continue.....



→ 길을 가노라면 내게 다가오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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