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게의 성자


13. 사랑과 신(God)



어느 날 저녁 룽기(Lingi) 와 얇은 쿠르타(Kurta)를 걸쳐 입은 캐나다 출신의 한 청년이 마하라지와 대화를 갖게 되었다. 그 청년은 자신이 스물세 살이라고 했으나 이제 겨우 십대를 막 벗어났을까 말까 하게 보였다. 


목에는 은십자가가 달린 멋진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삼일 전 봄베이의 한 서점에서 <아이 앰 댓(I AM THAT)>이라는 책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그 책을 읽은 후 마하라지를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은 충동을 느껴 이렇게 찾아뵈었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을 잡을 때부터 오후, 저녁, 밤늦게까지 계속 읽게 되었고, 바로 몇 시간 전에 두 권을 모두 읽었노라고 했다.


M : 아주 젊구나, 언제부터 영적인 공부에 마음을 두었는지 궁금한데?


Q : 예, 선생님. 사랑과 신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갖고 나서부터 입니다. 사랑과 신, 그 둘은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제가 명상하고 앉아 있을 때면 종종......


M :  잠깐만, 자네가 말하는 명상이란 무슨 뜻이지?


Q :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다만 가부좌하고 앉아 눈을 감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앉아 있기만 합니다. 그러면 몸이 이완되고 거의 녹아 없어져 마음이, 아니 존재, 아니 그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그 텅 빈 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념이 점점 중지됩니다.


M : 그래, 좋구나. 계속해 봐.


Q : 명상 중 자주 지극한 행복감과 함께 억제할 수 없는 황홀한 사랑의 느낌이 가슴 속에서 차오릅니다. 그것이 뭔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인도에 오고자 하는 영감을 느낀 것도 그러한 가운데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선생님 앞에 앉게 된 것입니다.


M :  봄베이에 얼마나 머무를 예정이야?


Q : 잘 모르겠어요. 저는 거의 계획을 세우지 않거든요. 절약해서 생활한다면 한 보름 정도 생활할 돈은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돌아갈 비행기 표도 있구요.


M : 그래, 알고자 하는 게 뭔지 말해 봐. 무슨 특별한 질문이라도 있나?


Q : 봄베이에 도착했을 때 기분이 이상했어요. 멍한 것 같기도 하고 거의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왜 내가 그 서점에 가게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책을 별로 안 읽거든요. 문득<아이 앰 댓( I am that)>첫째 권을 집어든 순간 명상 중에 느꼈던 것과 똑같은 강렬한 힘을 느꼈어요. 책을 펼쳐 읽어나가자마자 제 안에 있던 무거운 짐들이 빠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 이렇게 앉아 말하고 있는 것이 마치 제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에 신성을 모독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저는 사랑은 곧 신이라는 확신을 가졌었어요. 그러나 이제 보니 사랑은 단지 관념이고 사랑이 관념이라면 신도 역시 관념임에 틀림없지 않은가 싶어요.


M : 그래서 뭐 잘못된 거라도 있나?


Q : (웃으며) 그렇게 말씀하시면 신을 하나의 관념으로 생각하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됩니다.


M : 사랑이 곧 신이라고 말했는데, 자네가 말하는 사랑이란 뭘 의미하는 거지? '사랑' 을  '증오' 의 반대 개념으로 보나? 아니면 또 다른 의미가 있나? 물론 '신' 을 설명할 적절한 단어가 마땅치는 않지만 말야.


Q :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사랑' 이란 미움의 반대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는 겁니다.


M : 다른 말로 하면 동체대자비(同體大慈悲 )?


Q : 예, 그렇습니다. 그러면 제가, 기도드리는 '신' 이란 누구입니까?


M : 기도에 대해서는 나중에 얘기하기로 해. 자, 그러면 자네가 말하는 '신' 이란 정확히 무언가? 신이란 바로 의식 그 자체-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존재' 의 느낌-이 아닐까? 왜냐하면 자네가 그것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지.  


'나는 존재한다' 그 자체가 신이야. 자네가 가장 사랑하는 게 무엇인가? 그건 바로 이 '나는 존재한다' 라는 것-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지키고자하는 의식하는 현존- 이 아닐까? 신을 찾는 자가 바로 신이야. 신을 찾는 과정 속에서 '자네 자신' 이라는 바로 그 자가 몸과 마음의 복합체와는 다른 의지함 없이 스스로 존재하는 바로 그 존재임을 알게 될거야. 


만일 자네가 의식이 없었다면 세상이 자네에게 존재할까? 신이라는 생각 자체가 가능했을까? 그리고 내 안에 깃든 의식과 자네 안에 있는 의식이 서로 다를까? 개념이나 관념상에서만 분리된 것처럼 말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나뉘어진 적이 없는 바로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Q : 이제야 "신은 나 자신보다도 더 가까이 있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M : 또한 "실체가 되는 것만큼 실체를 증명해주는 것은 없다." 라는 말을 명심하게. 자네가 바로 실체이고 언제나 있어 왔네. 의식이라는 것은 몸이 소멸되면 함께 떠나버리고 말 시간에 제약받는 일시적인 것으로, 육신이 사라질 때 의식과 현시의 기본을 이루게 되는 이원성을 여의는 거야.


Q : 그러면 기도는 무엇이며 그 목적은 무엇입니까?


M : 흔히 말하는 기도란 단지 뭔가를 구하는 것뿐이야.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기도는 합일과 교감의 요가(communion-uni ting-Yoga)야.


Q : 이제 모든 게 명백해졌습니다. 제게서 엄청난 쓰레기가 빠져나가 다 소멸된 것 같아요.


M : 이제 모든 것이 명백히 보이는 것 같다는 얘기야?


Q : 아닙니다. 보이는 것 '같다' 가 아닙니다. 명백합니다. 너무도 명백해서 그동안 명백하게 볼 수 없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성경에서 읽었던 소중하지만 그 뜻을 몰랐던 구절들이 이제 수정처럼 명백합니다. 


"아브라함 이전에는 내가 있었다.",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다.",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다."


M : 좋군. 이제 실체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속박 속에서 자네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어떤 수행을 하려나?


Q : 오! 마하라지 큰 스승이시어. 지금 저를 놀리시는군요. 아니면 저를 시험해 보시는 건가요? 확실히 저는 "내가 바로 그것( I am that)" 임을 깨달았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늘 있어 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게 될 "바로 그것"을 알며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할 일이 뭐가 더 있습니까? 또 행해지지 않은 일이 어디 있습니까? 그것을 하는 자가 누군가요? 무슨 목적으로 그걸 하나요?


M : 아주 훌륭하구나. 그대로 존재 자체로 남도록 해.


Q : 진정으로 그리 하겠습니다.


그 젊은 캐나다 청년은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마하라지에게 엎드렸다. 마하라지는 다시 오겠냐고 물었고 그는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젊은이가 떠나자 마하라지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고즈넉히 말했다.


"아주 보기 드문 젊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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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2017.01.04 08:14 신고

    멋지네요... 잠시 눈물이 핑 돕니다...
    기도란 합일과 교감의 요가라는 것을 알아서 , 또한 기쁘네요. 어떻게 기도해야할지 몰랐거든요.

  2. ^^~ 2017.01.04 11:54 신고

    요즈음 끼란지말씀을 읽고 있는데,,, 초보자인 저는 좋더군요~

    • enigma1007 2017.01.04 13:14 신고

      끼란 바바나 마하르쉬, 오쇼, 크리슈나무르티, 유지, 백봉, 대우거사, 그리고 각종 선사들 이야기 등등 많이 보는게 좋습니다.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많이 보는 것이 개념이 잡힐 때.. 편협되지 않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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