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벽희운(黃檗希運) -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황벽(黃檗 : ? ~ 850)선사는 당나라 때 복주(福州) 민현(민縣) 사람으로 법명은 희운(希運)이다.

일찍이 황벽산으로 출가하여 득도하였으므로 황벽선사로 불리었다. 몸이 왜소하고 이마가 튀어나왔으므로 육주(肉珠)라는 별명도 가진 그는 기개가 씩씩하고 도량이 넓고 컸으며 선사로서의 뛰어난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




황벽은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다가 

백장회해(百杖懷海)를 만났다.

황벽은 백장에게 절을 하고 이렇게 물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진리를 어떻게 가르치십니까?"


이 물음에 백장은 아무 대답 없이 침묵하고 있었으므로 황벽이 다시 한 마디 했다.


"스님, 그렇게 침묵만을 지키다가 뒷 사람들을 끊어지게 해서는 안됩니다."


이 말에는 번득이는 지혜의 섬광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백장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나는 애초에 바로 네가 그렇게 할 사람으로 보았다."


이렇게 말하고 백장은 그대로 방장실(方丈室)로 들어갔다.

이에 황벽도 뒤따라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갔다는 것은 곧 백장의 법을 이어받았음을 뜻한다.

이로부터 황벽은 백장 아래에서 오래 머물렀다.





어느 날 바깥에서 돌아오는 황벽을 보고 백장이 물었다.


"어디를 갔다 오느냐?"

"대웅산 밑에 가서 버섯을 따옵니다."

"범을 만나지 않았더냐?"


이때 황벽은 "으흥!" 하며 범이 물어뜯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자 백장은 도끼를 들어 찍는 몸짓을 하였고,

황벽은 재빠르게 백장을 덮쳤다.

그날 백장이 상당법문에서 이렇게 설법했다.


"대웅산 아래 큰 범이 있으니 대중들은 조심하라, 내가 오늘 한 번 물렸다."






그 후 백장의 법을 받아 가지고 여러 곳을 편력하다가 

용흥사(龍興寺)에 머물면서 청소나 하며 밥을 얻어 먹고 있었다.

황벽은 자신을 늘 숨기었다.


하루는 홍주자사(洪州刺史) 배휴(裵休)가 이 절에 왔다가 

벽에 걸려 있는 화상(畵像)을 보고는 안내하는 스님에게 물었다.


"저것이 무엇이요?"

"어느 고승(高僧)의 상(像)입니다."


스님의 말을 듣고 배휴는 거만한 말로 다시 물었다.


"형상은 볼 만하다마는......, 고승은 어디에 있소?"


안내하는 스님이 질문에 얼른 답을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배휴가 다시 물었다.


"이 절에는 선사가 없소?"

"근래에 한 스님이 와 계시는데 선사같이 보입니다."


그러자 배휴는 그 스님을 불러오라고 했다.

바로 황벽선사였다.

배휴는 앞에서와 똑같이 말했다.


"형상은 볼 만하다마는...., 고승은 어디 있소?"


이때 선사는 큰 목소리로 불렀다.


"배휴!"


배휴는 깜짝 놀라며 엉겁결에 "예"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선사는 틈도 주지 않고 되물었다.


"배휴는 어느 곳에 있소?"


이 말에 배휴는 깨달음을 얻어서 선사에게 귀의하였다.


그 후 배휴의 간청으로 선사는 완릉(宛陵)의 개원사(開元寺),

홍주의 대안사(大安寺)에 머물면서 크게 교화를 폈다.


배휴가 임종할 무렵에 마침 선사는 그 집에 머물면서 그의 임종을 지켜 보고 있었다.

배휴가 혼미에서 잠깐 깨어나서 저승 일을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저승 길에 들어가니, 다리는 있으나 걸을 수 없고,

눈은 있으나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억지로 4, 50리쯤 가다가 지쳐 쓰러진 곳이 연못가 였습니다. 

내가 더듬어서 그 못으로 들어가려 하니 

어떤 노승이 소리를 치며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순간 눈을 떴습니다.

이 덕택으로 선사를 뵙게 되었습니다.


이에 선사는 이렇게 말했다.


"만일 노승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배 상공께선 용이 될 뻔 했습니다 그려."






선사에게는 삼도(三度)라는 고사(故事)가 있다.

당나라 선종(宣宗)은 연호를 대중(大中)이라 했기 때문에 대중천자라고도 했다.

그는 한때 출가하여 향엄지한(香嚴志閑)선사의 제자가 되었고 후에 제안(齊安)국사 밑에 있기도 했다.

이때 선사도 제안 국사 문하에 있었다.


어느 날 선사가 부처님에게 예배하고 있는데 대중이 와서 물었다.


"옛 말에 부처에게서 찾지 말고, 법에서 찾지 말라고 하였거늘 스님께서는 예배해서 무엇을 찾으려 하오?"


그러자 선사는 말했다.


"부처에게서 찾지 않고, 법에서 찾지 않고 이처럼 예배한다네"

"예배는 해서 무엇하오?"


대중이 이렇게 물으며 들이대자 

선사는 벌떡 일어나 대중의 따귀를 철썩 때렸다.

대중은 


"이런 난폭한 자가!"


하며 얼이 빠졌다. 

이때 선사는 다시 한 번 따귀를 후려쳤다.


"이런 경우에는 난폭하다느니 하며 따질 때가 못돼!"


이렇듯 세 번 호되게 뺨을 맞은 대중은 그 후 환속하여 황제의 지위를 이어 받았다.

그리고 그 때 뺨을 때려 준 선사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어 추행사문(추行沙門 : 난폭한 중)이라는 호를 하사했다.


삼도(三度)는 이상의 세번 때린 고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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